월급봉투...


이젠 가을님의 치맛자락조차 바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쓸쓸하고 고즈넉한 겨울이 올려는 모양이다.
마음 한구석이 허하다,
원래 좀 내가 궁상맞은 구석이 있긴 하다.
칙칙하고 우중충한 스타일이라고 할까.

하지만 사람의 취향이란 다양해서 이런 궁상맞고 우중충한 스타일이 이상형인 사람도 있다.
누군지 알지? 장서방.....

어젠 월급 탄 기념으로 외식이란걸 했다.
예전 어릴적 월급날엔 외식이란거 대신 쇠고기국이 그 자리를 대신했었다.
그땐 온라인입금이 아니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모두 기대에 차서 아빠옆에 모이곤 했다.
아빠의 누런 월급봉투에서 지페들이 나오면, 엄만 그걸 이건 등록금, 이건 쌀값이라는 둥의 명목으로 나누었고, 가장 마지막엔 드디어 우리의 용돈 배분이 있었다.
나랑 바로 위의 언닌 용돈 배분이 끝난뒤에도 항상 남아 있었다.
이유? 바로 그 월급봉투에 남아 있는 동전 몇개를 노렸다고나 할까.
보통은 아빤 기분 좋게 그 동전들을 나누어 주셨지만. 이렇게 겨울, 김장이니 뭐니 돈 들어갈때가 많은 달엔 그 동전조차 엄마가 싹쓸어 가시곤 했다.
그게 못내 서운했는데..
이젠 정말 그리운 추억이다.


울 아들에겐 아빠의 월급날이 어떻게 다가올까
그때의 우린 아빠의 누런 월급봉투를 보며 울 아빠가 밤에 늦게 들어오시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시며 열심히 번 돈이란 생각에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들곤 했다.
아빠의 월급날은 또 하나의 매달 찾아오는 명절같았고, 그런 멋진 월급봉투를 내어 놓는 아빠같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하곤 했었다....꿈은 이루어진다?! 결국 난 월급쟁이와 결혼했다.

인규에겐 그저 외식하는 날?
한달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아빠, 그런 아빠가 받아 오신 한달의 땀방울을 소중히 생각할줄 아는 그런 아들이 되었음 하고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박수근님의 시장풍경 그림이다.
월급도 탔으니 내일은 시장에나 나가 볼가 한다.
예전엔 여자들은 시장에도 가지 못했다던데...세상 좋아진건가?)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누리공 | 2003/11/23 23:30 | 꼬지지 궁상일기 | 트랙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nuri20.egloos.com/tb/530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꼬지지 궁상일기 at 2007/01/23 10:08

제목 : 월급이 뭐꼬?
조카들이 놀러왔습니다. 조카들, 통닭먹고 싶다며 한목소리로 외치더군요. 근데 그때 울 아들.. "아니야~ 형~ 치킨은 월급때라야 먹는거야..아직 아빠 월급날 멀었어~" 허걱.. 울 언니, 넘어가더군요. 근데 울 조카(초등1년) "엄마! 월급날이 뭐야?~아하...월요일 금요일?" 저희들 또 한번 넘어갔습니다. 울 조카...자영업자 아들의 비애였습니다....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